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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지역 방송국 중견 PD로 일하는 한 대학 선배 이야기다. 그는 입사 초기 지역에서는 드물게 상당한 청취율을 기록한 라디오 프로그램과 지역 의제를 이끄는 각종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회사 안팎에서 인정하는 '일 잘하는' 회사원이었다.

너무 튄 까닭이었을까.
지금은 십 오륙 년 차로 부장급인 그는, 그간 회사의 크고 작은 '불미스러운' 일들의 배후로 지목되곤 했다. 까마득한 후배가 선배를 치받아도, 모종의 권력을 둘러싼 암투가 있을 때도, 노조에서 성명 하나를 내도 마치 그가 모든 걸 배후조종하고 있다는 듯 이죽거렸고 전후사정 모르는 후배들은 정말 무언가 있는 줄 알고 그를 경원시했다.

그 중심에는 그가 만든 스터디가 있었다.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그는 날마다 술자리를 만들기 위해 함께 책 읽고 토론하는 스터디를 만들었고, 마침 그를 좋아하는 후배들이 국별로 골고루 포진됐다. 물론 지향점이 비슷한 이들이 모였을 것이라는 짐작은 충분히 간다. 그러나 윗선에서 보기에 이 모임은 부서별로 암약하면서 후배들이나 조종하는 불순세력처럼 보인 모양이었다.

최근 '우리법연구회 해체' 소동을 보면서 선배의 스터디가 생각났다. 배후로 지목할 만한 근거도 없으면서 '무언가 있는 것처럼' 신화화되는 모양 때문이다.

실제 여당의 주장에 팩트는 없다. 여당은 강기갑 대표와 전교조 시국선언 건, PD수첩 사건을 무죄 판결한 판사와 우리법연구회의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저 일련의 무죄 선고를 이른바 '좌편향 불공정 사법사태'라고 덩치를 키워 진보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이번 참에, 특히 이번 법원 정기인사에 즈음해 전격적으로 몰아내자는 것이다.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눈에 보이는 적을 만들어낸다. 그편이 훨씬 대처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당의 주장은 근거는 없고 목적은 분명한 '흔들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법연구회를 '법조계의 하나회'라 칭하면서 저격수 역할을 하고 있는 이주영 의원에게 고심을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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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기자가 본 우리법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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