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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2나는 '친환경'이 무서워요 (2)
람사르총회 폐막 하루 전날, 김태호 지사가 취재기자와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였다.
김 지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들고 나온 시점이 람사르총회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이번 행사가 더 빛났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연구원이 한 지역에 특정 생물이 줄어들어 그 이유를 밝히겠다고 연구비 달라면 절대 안 준다. 대신 요즘에는 이것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것 같다고 하면 곧바로 돈이 내려온다"고 웃으며 말했다.
요컨대 정부가 녹색성장을 주창하면서 환경문제를 현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내게는 달리 들렸다. '행정 유행문구가 하나 탄생했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총회 후 경남도 보도자료와 공무원들 입에서는 이전 같으면 어렵기만 했던 '저탄소 녹색성장'이니 '기후변화', '현명한 이용' 같은 말이 곧잘 올랐다. 좋게 말하면 람사르 학습 효과일 수 있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환경적이지 않은 각종 건설과 개발사업에 유난히 애용된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습지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된 운하를 건설하자는 시도 국장 모임에도 이런 문구가 나왔을까.
이들은 운하 사업은 '강의 현명한 이용을 통해 친환경적인 개발'을 하겠다는 것이고, 낙동강운하가 아니라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이름을 바꿨다. 아마 이 같은 기조 변화로 국가 지원을 이끌어 내기 쉬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서두에 김 지사가 했던 농담처럼 말이다.
람사르총회의 살인적인 일정에 묻혀 일주일 넘게 보낸 후 겨우 고개를 들어보니, 약속이나 한 듯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는 듯했다. 마치 이 대통령의 녹색성장 발표와 김 지사의 람사르총회 개최로 각종 개발사업이 재고되기는커녕 '친환경' 등의 문구만 적절히 붙여주면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할까.
그렇지 않다면 낙동강 운하 조기 건설을 외쳐 온 지자체들이 습지를 보전하자는 람사르총회 끝난 바로 다음 날, 그것도 낙동강이 만든 습지인 우포늪에서 운하를 추진하자는 논의를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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