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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7
ㄱ씨도 관행대로 이른바 ‘바지 사장’과 관리부장을 내세워 게임장을 운영했지만, 1월 바지 사장이 검거됐고 이후 4개월 만에 자신도 덜미가 잡혔다.
알고 보니 ㄱ씨는 5년 전부터 게임장에 출입하며 탕진한 3억 원을 되찾으려고 게임장에 손을 댔고, 게임장을 운영하는 데는 그간 게임장을 드나들며 ‘보고 배운’ 지식이 상당하게 도움됐다.
비록 3억 원을 날렸지만 ㄱ씨는 상당한 재력가였다. 20년 넘게 제조업에 종사하며 현재 7억 원 이상의 보유자산과 월 2000만 원 정도의 안정된 수익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날린 돈도 찾아야겠고 ‘돈이 되겠다’ 싶은 마음에 불법 게임장의 손님에서 업주로 변환을 모색한 것이다.
ㄱ씨 사례처럼 불법 게임장의 업주와 손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사행성 게임의 ‘중독성’이 큰 몫을 한다.
◇‘개평’ 안 주면 신고 = 불법 게임장을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이 대부분 게임장 이용자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업주는 이용자가 게임에 손을 떼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용자는 업주가 불법으로 영업한다는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 이용하는 셈이다.
이용자는 돈을 잃으면 업주에게 개평(노름이나 내기 따위에서 남이 가지게 된 몫에서 조금 얻어 가지는 공것)을 요구하는데, 업주가 이를 거절하면 경찰에 신고해 버린다.
이와 함께 단속을 당한 동종업주도 종종 신고자가 된다. 업주들은 지역 내 비상연락체제가 잘 구축돼 한 업소, 한 지역이 단속되면 일사불란하게 문을 닫지만 자신은 단속당했는데 멀쩡히 영업하는 게임장은 신고해 버린다.
◇전원 끄면 합법 게임물 ‘짠∼’ = 업주들은 정상적으로 심의받은 게임물로는 손님을 끌 수 없으므로 사행성이 높은 게임물로 개·변조한다. 이렇게 개·변조한 게임물, 이른바 ‘영업용 버전’은 언제나 ‘심의용 버전’과 겹쳐 두어 경찰이 뜨면 바로 전원을 꺼버린다. 언제 그랬냐 싶게 화면에는 심의용 버전이 떠 있고, 경찰이 다시 전원을 켜 불법 게임물을 찾으려 해도 허사로 끝나기 부지기수다.
심지어 일부 업주는 영업용 버전을 5개 넘게 갖고 있다가 한 게임물이 단속되면 다른 영업용 버전으로 영업하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문방’·‘깜깜이’를 아시나요 = 단속을 피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업주는 면식이 있는 이용자에 한해 회원제 식으로 손님을 받고 있지만 이들도 믿지 못해 이른바 ‘깜깜이’ 차량을 이용해 게임장을 숨긴다. 이들은 농촌이나 공장지역에 있는 영업장들로, 시내 불특정 장소에 이용자를 모이게 한 후 내부가 보이지 않게 썬팅을 한 봉고 차량(깜깜이)으로 수송하고, 수송 과정에서도 20∼30분 동안 시내를 하릴없이 배회하면서 영업장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문방’은 감시요원으로 2·3중 철망, CCTV와 함께 단속망을 피하기 위한 주요 장치다.
◇나날이 발전하는 위장술 = 경남경찰청은 지난 1월 양산의 한 농공 단지 안에 비어 있는 공장을 고쳐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야마토 게임기 40대를 설치해 불법 영업을 하다 덜미를 잡혔다. 건물주에게는 창고로 사용한다고 속이고 공장 밖에는 버젓이 ‘○○건설’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역시 같은 달 경남경찰청은 마산의 한 상가 건물에 있는 ‘○○학원’을 급습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보습학원이었으나 안에는 야마토 게임기 21대와 CCTV, 망원경을 배치한 불법 사행성 게임장이었다.
또 마산의 한 건물 지하 1층에 상호도 없이 불법 게임장을 운영한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했으나 문을 열기까지는 4시간이 걸렸다. 소방서와 합동으로 특수 유압기와 산소절단기까지 동원해 특수철문을 따고 들어가 보니 게임기 54대가 CCTV 2대의 보호를 받으며 줄을 서 있었다.
◇청소년게임장에 청소년 없다 = 기존 바다 이야기 류 등 성인용 게임물이 등급 분류를 받지 못해 불법화하자 전면에 등장한 것이 ‘청소년 게임장’이다. 청소년 게임장은 허가제이면서 경품지급이 안 되는 일반 게임장과 달리 자치단체에 등록만 하면 개업이 가능하며 경품지급 또한 가능해 업주로서는 눈이 번쩍 뜨인다.
이곳에서 불법 개·변조한 게임물로 장사하면서 환전까지 하는 것이다. 말로만 전체 이용가(18세 이용가) 게임장이지, 청소년은 없고 성인만 출입하는 곳이다.
◇환전상 ‘007작전’ 방불 = 환전상은 게임장에서 상당히 떨어진 장소에서 망원경으로 게임장의 단속 여부를 살핀 다음 1시간 혹은 2시간 간격으로 게임장 주변에 와서 경품을 돈으로 바꿔준다. 또 환전을 원하는 이용자를 특정 장소에 오게 한 후 그곳에 있던 1차 안내자가 2차 장소로 데려가고, 2차 안내자가 3차 환전상에 데려다 주는 식으로 하고 있다.
업주는 이용자가 환전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도 “모른다. 다른 손님에게 물어라”고 회피하면서 무전기로 환전상과 연락한다.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경남경찰청 김균 생활질서계장은 “단속되는 업주와 이용자를 보면 한두 차례 동종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많다”며 “일확천금을 바라는 건전하지 못한 욕구가 중독성이 심한 게임물을 만나 근절이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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